[모임][콘텐츠 제작단1] 모임의 매력, 타인과 함께 성장하는 경험_시리즈(1)

 ⓵ 커뮤니티(공동체) 활동의 시작

고등학생 때, 페이스북에서 함께 책을 읽고 맥주 한잔하면서 소소한 대화를 나누자며 작은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는 글을 본 적 있다. 천안에서 서울은 멀게 느껴지고 술을 마실 수 없는 미성년자라 갈 수 없었지만, 반 친구들이 아닌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는 어떤 느낌일지, 무척 궁금했다. 어른이 되면 꼭 가보리라 생각했다.

 

대학생이 되었다. 그 작은 공간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큰 거실이 되었고, 나 역시 나이가 들어 서울이 가깝게 느껴져 ‘모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학교에 가면 강의실에 친구들이 으레 있었고 자연스럽게 친해졌는데 처음으로 그 룰을 벗어나 나의 선택에 의해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처음 모임에 간 이유는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열정이란 무엇일까?’ 이런 궁금증 때문이었다. 한창 나에 대해서 고민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답을 찾던 중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나다운 답을 찾아가는지 알고 싶었다. 사업가, 작가, IT 종사자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열정이 담긴 경험담을 들으며 미래의 나를 상상했다. 그들과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막차를 타야 해서 진솔함을 나누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 여대생이 토요일마다 천안에서 서울까지 모임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열정이었다.

 

직장인이 되니 서울에서 진행되는 모임에 참여하는 건 쉽지 않았다. 마침 천안에서 ‘생각들이 뛰어노는 운동장’이라는 독서모임 모집공고를 보고 참여했다. 독서모임을 통해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던 내가 월마다 책 1권씩 읽게 되었다. 모임은 내가 잘하지 못하는 일을 공동체를 통해 할 수 있게끔 만드는 힘이 있었고 그 힘이 책임감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책임감이 생긴다.

 

모임은 주 1회씩 진행되었는데 매번 8명에서 12명의 사람들이 모였고, 매월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고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나갔다. 이번 주에 만나 새롭게 알게 된 모임원과 반갑게 인사하고 즐겁게 대화를 나눈 사람이라도 모임원이 모임을 나가면 더 이상 만날 수 없다. 처음에는 서운하기도 하고, 붙잡고 싶은 미련이 있었지만, 그런 과정을 반복하니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는 만남이기에 상대에게 더욱 관심을 갖고 질문하며 모임에 참여했다. 상대와 마지막인 순간에는 행복을 빌어주는 여유도 갖게 되었다.

 

기존 관계의 형식은 깊고 좁은 관계, 넓고 얕은 관계뿐이었는데 모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니 성향에 따라 좁지만 얕을 수 있고, 넓지만 깊을 수 있는 다양한 관계의 형태가 있었다.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관계의 형태에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성향이 어떠하든 진심으로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대하니 관계의 형태보다는 관계를 대하는 관심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규모임 외에도 사람들을 만나 책을 읽으며 독서뿐만 아니라 관계 형성도 할 수 있었다. 6개월 동안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했다. 이 교류를 통해 알게 된 건, 내가 보는 나의 이미지와 타인이 보는 나의 이미지가 조금은 다르다는 것, 나도 이성에게 매력적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내 고민이 타인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고 누구나 다 겪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타인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알 수 있는 기회였다.

 

모임을 통해 타인과 함께하며 처음 경험하는 상황, 감정, 생각들 속에서 혼란스러운 적도 있었지만,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해결해 나가면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숨기고 싶던 나의 모습이 드러나더라도 그런 면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마주할 수 있게 되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모임에서는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인지 나의 좋은 부분도 못난 부분도 감싸주고 이해해주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 주었기에 큰 아픔 없이 나를 마주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한 번은 모임에서 밤샘독서캠프를 열었다. 모임장을 도와 운영진이 되어 한 팀을 이끌었다. <연금술사> 책을 읽고 팀별로 독서토론을 진행하는 역할이었다. 처음으로 모임에서 맡는 리더역할이라 긴장도 했지만, 책 주인공 산티아고의 자아실현이자 나를 찾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가 너무 공감이 돼 몰입을 했다. 연금술사의 등장인물과 팀원들을 연결 지으며 처음 만난 팀원들에게 질문과 대화를 통해 자신의 자아실현의 정도가 어떻게 되는지 등의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참여자일 때도 좋았지만, 주최자일 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며 더 깊은 대화도 가능했다. 내가 모임장이 되어 어떤 모임을 하고 싶은지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모임은 새로운 만남을 시작으로 관계가 형성되면서 지속된다. 3개월이 지나 새로움이 사라지면 모임도 끝나는 경우가 많다. 3개월 이상 모임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홍보를 해야 한다. 다만, 1년 이상 유지하기 위해서는 회원 관리부터 신규유입 및 회원유지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 기획 및 운영이 필요하다. 많은 에너지와 역량이 필요하기에 모임장은 책임감을 넘어 부담감이 따른다. 모임장과 함께 모임을 운영해 줄 운영진이 없다면 1년 이상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 천안에서의 첫 모임은 1년까지 유지되었다. 이후 모임은 사라졌지만 모임원과의 관계는 남게 되었다. 이 모임에서의 경험이 천안 프로모임러가 되는데 좋은 발판이 되었다.



박선빈

천안의 ‘프로모임러’이다. 사람들과 함께 웃고 행복한 길을 찾고 싶어 많은 커뮤니티를 만들어간다. 경험하고 싶은 게 있다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며 직접 환경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시리즈 소개

모임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 그렇게 형성된 관계 속에서 서로 함께 성장한다. 관계가 풍부해질수록 지역살이는 더욱 행복해진다. 독서, 운동, 공부 등 자신과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천안이라는 지역에서 다양한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필자의 경험과 모임 운영 팁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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