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가 잇는 충남] 주체적이고 평화로운 식탁을 꿈꾸는,<캐롤의 채소식탁>



[이야기가 잇는 충남]

주체적이고 평화로운 식탁을 꿈꾸는, 

<캐롤의 채소식탁>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일주일이나 지났음에도 아직 쌀쌀한 봄날이었다. <캐롤의 채소식탁>엔 추위가 무색할 만큼 밝고 따스함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소쿠리에 나란히 담긴 채소, 기다란 주방을 지나면 보이는 커다란 원목 테이블과 선반들. 나무로 만든 식기들, 공간 한쪽을 차지한 책장과 그릇, 자잘한 고양이 소품과 벽에 걸린 CD플레이어에서 캐롤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맛있는 냄새와 부드러운 햇볕이 공간을 감싼다. “식사하셨어요?”란 다정한 물음과 함께 정갈한 한 상을 받아들었다. 국물 한입에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깊고 풍부한 향과 맛이 감돈다. 이렇게 건강하게 맛있을 수 있나 갸웃거리다 푹 빠져버릴 것 같단 예감이 들었다. 봄이 깃든 온면 한 그릇, 아니 마크로비오틱의 매력에. 



Q. 와, 잘 먹겠습니다. 요리를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요리를 소개하다 보면 (마크로비오틱이 뭔지) 자연스럽게 나오겠네요. 온면인데요. 지금 차가운 음식 먹을 계절은 아니라 채소랑 과일 듬뿍 넣고, 레몬 폰즈로 따뜻하게 국물 내서 만든 거예요. 옆엔 봄나물 들어간 식물성 만두예요. 여러 봄나물과 고기 대신 고사리도 다져서 넣었어요. 면은, 부여에 은산 국수 아세요? (아니요.) 예산 국수 유명한 건 아시죠? 부여엔 은산 국수가 참 유명해요. 부여 다녀오면서 여기 올라간 유채 나물도 같이 사 온 거예요. 우리 농산물을 써야 하니까 맛도 더 있고요. 표고버섯이랑 방울양배추도 어제 제주도에서 올라온 거예요.

 

Q. 약간 새콤하게 당기는 맛이 레몬일까요?

 네, 맞아요. 왜 레몬을 썼냐면요. 봄엔 시트러스 종류를 사용해서 입맛을 돋우는 게 필요하거든요. 마크로비오틱에선 제철 식재료 그리고 천연 조미류, 저장식 발효식품 등을 계절에 맞게 조리해서 식탁을 차리는 것이 중요해요. 계절에 맞는 조리법이라고 하면 예를 들어 여름에는 시원하게 먹고, 추운 계절엔 따뜻하게 먹는 거예요. 몸의 체온에 귀를 기울이는 거죠. 하지만 아주 단적인 예시일 뿐이에요.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성질을 갖는 게 마크로비오틱의 주요한 특징이에요. 사람들이 보통 마크로비오틱을 일본에서 온 건강식으로만 알고 있는데요.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지침서로 보시면 돼요.





Q. 식생활뿐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까지 아우른다는 의미겠네요. 그렇다면 마크로비오틱을 어떻게 알고 시작하게 되셨나요?

원래는 베이킹 일을 오래 했어요. 조리학과를 다니다가 전공으로 제빵을 택했죠. 일하면서 빵으로 식사를 많이 하다 보니 저와 맞지 않는 식재료들이 있었나 봐요. 그러다 보니 속이 안 좋아졌고 일하면서 근육에도 무리가 갔어요. 제과제빵 일이 힘들거든요. 그렇게 몸이 안 좋아져서 갑자기 쉬게 됐고,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 제주도로 여행을 가게 됐죠. 일주일 정도 갔었는데 묵고 있던 동네에 작은 독립서점이 있었거든요. 그 서점에서 구입한 책의 저자가 마크로비오틱을 했던 사람이었어요. 책을 통해 마크로비오틱을 접하게 되었고,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저자가 다녔던 학교까지 가게 된 거예요. 한국에서 쿠시 마크로비오틱 스쿨이라는 곳에서 식생활 자격증 수료를 하고 바로 일본으로 건너가서 리마 마크로비오틱 스쿨을 다녔어요.

 

Q. 유학을 다녀오신 거네요!

그냥 왔다 갔다 했어요(미소). 배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할 텐데 저는 처음에 이 마크로비오틱 요리를 하고선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도 요리가 되는구나. 전에는 계속 집에서도 자극적으로 요리를 했었거든요. 튀기거나 맵거나 볶아야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안 해도 맛있는 거예요. 그래서 일본까지 가서 배우게 된 것 같아요. 매력에 푹 빠져서요. 지금은 대학원에서 전통 식생활을 전공하고 있어요. 왜냐면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은 우리 식재료, 제철 식재료, 로컬의 식재료, 발효식품, 저장식들을 사용하거든요. 그러니 한국인에게는 한식이 곧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인거죠. 결국 우리가 찾고 있는 건강한 식생활, 지속 가능한 먹거리들은 오래된 과거와 전통에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 식생활의 뿌리가 가장 중요했던 거죠.





Q. 그렇게 <캐롤의 채소식탁>이 탄생한 거군요. 처음 들었을 때부터 궁금했어요. 어떤 의미로 지은 이름이신지.

이게 질문에 있길래 이유를 만들어 볼까 아침부터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유를 못 만들었어요. 원래는 캐롤의 채소식탁이 아니었어요. 차근차근 천천히 채소 식탁이었죠. 왜 캐롤의 채소 식탁이냐면 그냥 제가 캐롤을 좋아해요. (어떤 캐롤이요?) 크리스마스 캐롤이요. 크리스마스하면 좋은 기억이 있거든요. 저희가 삼 남매인데 부모님이랑 같이 음식을 만들어서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요. 트리도 만들고. 크리스마스는 저에게 거의 1년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에너지를 주거든요. 그래서 캐롤을 11월부터 들어요. 저의 전반적인 좋은 기억엔 늘 음식이 있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소울 푸드가 뭔지 질문을 많이 해요. 왜냐면 사람들의 기억 저편에는 음식으로 인한 행복한 기억이 반드시 하나는 있거든요.


Q. ‘채소식탁’이라면 비건에 가까운 요리를 하시는 건가요? 캐롤님도 온전한 비건을 지향하시는지 궁금해요.

마크로비오틱 식생활과 비건식은 달라요. 하지만 스튜디오는 비건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어요. 한번은 비건 쿠키를 구매한 적이 있는데, 코코넛 오일이 되게 많이 들어간 거예요. 한마디로 재료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거죠. 유제품 등 동물성 재료만 안 넣었을 뿐이지 건강을 생각한 쿠키는 아닌 거예요. 마크로비오틱은 육류를 먹어도 돼요. 나의 컨디션이나 내가 가진 질병에 맞춰 주체적으로 균형 잡힌 식탁을 운영하는 거거든요. 저 자체가 비건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플렉시테리언, 유연하게 채식을 하는 사람이죠. 개인적으로는 과한 육식이나 육식을 지나치게 과시하는 행위는 지양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비건이든 육식주의자든 누구나 함께 어우러져 맛볼 수 있는 차별 없는 식탁을 지향해요.

 

Q. 그렇다면 클래스를 진행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이 있나요?

클래스101 등 온라인부터 수업을 시작했지만, 아무래도 요리는 오프라인이 좋은 것 같아요. 당연한 이야긴데 더 생생하고요.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듣고, 제 감정 전달도 잘 되기도 하고요. 함께 밥상을 차리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중요시해요. 온라인으로도 물론 가능하지만, 요리라는 건 직접 체험을 해봐야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무조건 실습 위주로 한 타임에 최대 3인까지만 수강생을 받고 있어요. 그리고 일회용품 제공이 안 되기 때문에 음식을 챙겨갈 개인 용기를 가지고 오시라고 말씀드려요.

 



Q. 그래서 그런가, 후기를 보니 멀리서 찾아오는 수강생들이 꽤 많으시더라고요.

맞아요. 제주도 이런 데만 빼고, 부산에서도 오시고 하니까 거의 전국에서 오는 셈이에요. 90% 이상이 재수강자고, 지인에게 추천받아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기억에 남는 분이 많은데 당시 캐롤의 채소식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거든요. 마침 대전에서 오셨던 분이 있었어요. 그분이 끝나고 가면서 너무 맛있고, 오랜만에 따뜻한 식사를 한 기분이 든다고 하시면서 거의 1년간 저희 식탁에 오셨어요. 달마다 커리큘럼이 바뀌는데 커리큘럼이 다 안 나왔을 때도 저를 믿고 그냥 와주신 거죠.

 

Q. 냉정하게 봤을 때, 마크로비오틱 자체에 관심이 더 많은 곳은 서울일 것 같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금자리로 아산을 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솔직히 이곳이 수요가 많을 거라고는 생각 안 했어요. 거의 서울이나 아랫지방에서 오시거든요. 마침 이 공간이 남아 오프라인 수업을 시작하게 됐지만, 천안이나 아산 지역에서 오시는 분들로 보면 수요가 많지는 않아요. 아직 저희 스튜디오가 있는지 모르시는 분들도 많죠. 하지만 이곳은 청년도 많고 신혼부부, 핵가족, 중장년층 등 다양한 분들이 있는 곳이기도 해요. 인프라가 서울보다 부족하다고 느끼시는 이곳 분들께 건강한 식생활 교육을 하는 곳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하고 싶어요. 더불어 충남 지역의 좋은 로컬 식재료를 접시에 담아 알리고 싶어요. 오늘 드신 부여 은산국수처럼요.

 

 Q. <캐롤의 채소식탁>으로 지역 활동에 참여한 적 있으신가요? 또 앞으로 이곳에서 해보고 싶은 주제나 활동이 있다면요?

충남사회혁신센터에서 주관하는 센터 담당자님이 여길 꽤 자주 오세요. 수강하시려고요. 그분이 추천해주셔서 2023 스스로 마켓@온양 일환으로 온양민속박물관에 발효 조미료 가져가서 플리마켓 했었어요. 천안에선 천안 브랜드를 소개하는 곳에 참여했었고요. 법원 옛길에서요. 최근에 부여 다녀온 이유가 답사 겸해서 다녀온 거예요. 조만간 부여에서 마크로비오틱 클래스와 요가를 함께하는 1박 2일 리트릿이 있거든요. 그리고 앞으론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발효 조미료와 지역의 농산물을 소개하는 책을 쓰고 싶어요. 식생활 지도사로서 우리가 건강하려면 조미료부터 바꿔야 한다고 믿거든요.



 



‘누군가의 가치관까지 흔들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캐롤은 능동적인 삶의 태도를 힘주어 말하곤 했다. 본인에게 가장 잘 맞으면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와 삶의 방식이 자리 잡는 것. 캐롤의 소망이자 마크로비오틱의 핵심원칙이 아닐까. Life is macrobiotic-.



캐롤의 채소식탁 인스타그램




editor   최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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