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가 잇는 충남] 새로운 듯, 새롭지 않은 듯, 새 것 되지 않기-복합문화공간 국제회관




[이야기가 잇는 충남] 

새로운 듯, 새롭지 않은 듯, 새 것 되지 않기

복합문화공간 국제회관 박성연, 전하연


 

윤슬이라는 순우리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햇빛이나 달빛이 강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윤슬이라 하는데, 발음해보면 혀끝으로 부드럽게 굴러가던 ‘윤’이란 단어는 ‘슬’에 이르러 새처럼 날아가 버린다. 윤슬은 언제나 금빛이고, 그렇기에 새것 같다. 한편으로는 애초에 빛은 내리고 있었고, 강은 흐르고 있었으니 새것이라 부를 수 없기도 하겠다.

충남의 동남부에는 금산이란 마을이 있다. 금강이 흐르고 있는 약초가 유명한 지역이다. 이름만 들어도 금빛으로 빛나는 강과 마을이 떠오르는 이 곳에 윤슬처럼 자리한 사람들이 있다. “새로운 듯, 새롭지 않은 듯, 새 것 되지 않기”라는 지향으로 운영 중인 복합문화공간 국제회관을 찾았다.

 




새롭고도 새롭지 않은, 국제회관의 시작

 

졸졸 흐르는 금산천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금빛시장이 나온다. 정겹고도 아기자기한 간판들을 지나다 보면 2층에 위치한 국제회관을 발견할 수 있다. 은은하게 커피냄새가 흘러나오는 계단을 오르면 유리문 너머로 갈색 책장이 서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책장을 가득 차지하고 있는 책들이 눈에 들고, 다음으로 정겨운 색감의 카운터와 메뉴판이, 조금 더 걸어 들어가면 아날로그 정서가 짙게 깔린 여러 방과 테이블이 보인다.


"국제회관은 복합문화공간이예요. 책을 읽고 굿즈를 사고 낭독회와 북토크에 참여하는 등 여러 문화 활동뿐만 아니라 맥주와 음료,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음식까지 맛볼 수 있죠.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는 국제회관만의 분명한 삶의 지향과 개성이 담겨 있어요. 

두루미책방의 큐레이션은 환경, 약자, 소수자 등의 명확한 키워드로 이루어지고 국제회관의 이름을 단 맥주는 해남 지역에서 만드는 수제 맥주예요. 비건 티라미수와 금산 깻잎으로 만든 깻잎페스토 파스타 같은 메뉴에서는 환경과 지역을 위하고자 하는 저희 지향이 담겨 있죠.

공간을 다니며 호스트에게 받는 감동 중에는 그 사람이 그 자체로 있기 때문에 오는 감동이 있어요. 완벽한 건 아니지만 금산간디학교에서부터 함께한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지향은 명확해요. 생태적이고 공동체적인 결이 공간에 녹아들어 있죠.

그렇기에 공간과 사람의 분위기가 국제회관의 개성이 되어요. 비건디저트를 만든다던지, 유제품, 동물성 제품들을 지양한다던지, 두루미 책방의 큐레이션 키워드가 약자, 소수자, 패미니즘 등 명확한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다던지 하는 부분들이요. 우리이기 때문에 공간의 특징이 나타나는 것, 그것이 삶으로 연결되는 것이 국제회관만의 매력이죠."



사진설명 - 들락날락에서 진행한 프로그램 포스터(사진출처 - 들락날락협동조합 페이스북)



국제회관은 코로나 이전에는 음식점, 태권도장, 킥복싱 장 등으로 운영되던 공간이었다. 이후에는 불이 꺼진 빈 공간이었다. 기합 소리가 드나들던 창틀에는 먼지가 앉고, 달짝지근한 닭볶음탕 냄새가 솔솔 풍기던 문틈은 굳게 닫혔으며, 열 오른 땀방울이 떨어지던 바닥은 어둠 속에서 고요했다.

낡아갈 일만 남았던 국제회관에 다시 빛이 들기 시작 한건 2024년 4월경이었다. 들락날락협동조합과 두루미 책방, 여우 잡화점이 국제회관이라는 같은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이곳에 자리를 튼 것이다.


"이곳에 불이 켜져 있을 리가 없는데. 지역의 한 어르신이 불 켜진 국제회관이 생경해 공간을 찾아오신 적이 있어요. 여기가 원래 국제회관이었잖아, 그런데 아직도 국제회관이구나. 너무 좋다. 너무 잘 해 놨다. 개업을 축하한다. 어르신은 한아름 덕담을 쏟아내고 가셨죠. 국제태권도장이었던 공간은 자식에게로 이어져 닭볶음탕을 파는 국제회관이, 지금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복합문화공간 국제회관이 된 거죠.

지금은 정비가 되어 있지만, 첫 만남 때에는 귀신이 나올 것만 같이 허름했어요. 빈 점포였고, 불도 들어오지 않았죠. 그래도 번잡한 상가보다는 정겹고 따뜻한 느낌이 있었죠. 킥복싱, 태권도장을 했던 때의 이름이기도 한 국제회관이란 이름도 마음에 들었어요. 글로벌하게 사람이 모이는 그런 공간을 상상해 보는 즐거움이 있었죠. 간판도 그대로 가게 되었고, 소속될 브랜드들이 들어오는 형식으로 국제회관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우리의 활동과 이름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제 외국인만 오면 국제적인 느낌이 날 것 같아요.(웃음)

우리가 만들고 싶은 공간도 중요했지만, 지역민들이 원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때 콘셉이 나왔죠. 새것 되지 않기. 회관이라는 이름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서 동시에 많은 분들의 추억이 모인 곳이기도 했으니까요. 문을 열고 다시 불을 켜면서 식당을 다시 하는 것이냐, 이곳이 원래 태권도장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지역민이 많았어요. 새것 되지 않기라는 지향을 통해서 이 공간이 갖고 있는 추억을 이어가고 싶었어요."



사진출처 - 들락날락협동조합 페이스북


어르신의 덕담 이야기에는 국제회관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듯했다. ‘새로운 듯, 새롭지 않은 듯, 새것 되지 않기’라는 조금은 이해하기 어렵던 지향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지역민들과 함께하며 과거와 미래를 이으며 새로운 하지만 새롭지 않은 국제회관이 문을 열었다는 뜻이다.

 



들락날락하며 함께 만들어온 시간

 

국제회관의 중심에는 들락날락협동조합이 있다. 금산간디학교에서 연을 맺은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마을을 기반으로 한 체험교육 프로그램, 북스테이 등을 진행하며 지역과 청년 문화를 위해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단체다. 코로나가 창궐하며, 여러 고민과 극복해야 될 문제들이 생겨났다.


"금산에 사람이 너무 없었어요. 없어지는 상황이었죠. 이곳 청년들은 너무 외로워 보였고 왜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죠. 그러다 간디학교 마을로 들어가게 되면서 교사 일을 하게 되었어요. 학교 안에 있는 친구들과 무언가를 해보자 싶었죠. 마을을 기반으로 마을 체험교육, 프로그램, 북스테이 등을 진행하면서 코로나를 지났어요. 그렇게 코로나를 겪으며 일련의 프로젝트가 끝나고 휴식기를 갖게 되었고,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민 참여, 공간 구성 등의 물리적인 한계를 비즈니스 측면으로 극복해보고 싶었죠. 발품을 팔며 금산을 둘러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상인회장님의 소개로 국제회관이라는 공간을 만난 거죠.

이런 과정을 지나며 커뮤니티의 힘을 다시금 확인했어요. 함께하는 것의 힘은 참 커요. 우리를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함께 문화와 공간을 꾸려가는 일. 그것은 들락날락협동조합이 가진 장점이자, 특징이자, 강점이에요.

국제회관의 개업하고 화분이 16개나 들어왔어요. 지역민의 의견을 구하고 도움을 받고,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등 들락날락이라는 커뮤니티는 지역사회에서 큰 호응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커뮤니티만의 재밌는 활동이 아니라 모두의 단체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나고 있는 거죠. 우리의 개념이 더 넓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저희만의 특징이라 하면, 주민들과 함께 공간을 만들어 왔다는 것이에요. 특별한 공간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주변의 도움말과 의견들을 모으게 하고, 앞으로의 운영에 있어서도 그런 의견들이 반영될 거예요. 그렇게 열린 공간이 만들어진 거죠."



 

사진설명 - 지역주민과 함께한 국제회관의 오픈식(출처-들락날락협동조합 페이스북)


 



우리는 삶으로 만났어요. 매일 매일 같이 살아가고 있을 뿐이죠.

 

2015년에 청년 커뮤니티 활동이 시작되고 18년에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년수로 따지자면 10년에 가깝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오랜 세월이다. 들락날락협동조합이 그 세월을 함께 하며 국제회관에까지 닿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지역에서는 혼자 살 수 없어요. 뭉쳐야 살아요. 그렇게 뭉친 사람들이 서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죠.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은 우리여서 가능해지기도 해요. 애초에 들락날락 협동조합은 일로 만난 단체가 아니었어요. 일과 돈을 위해 만난 단체라면 금방 해체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우리는 삶으로 만났어요. 매일 매일이 그저 같이 사는 느낌이죠. 금산이라는 지역에서 만나 맛있는 걸 해먹고, 여행을 다니고,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의 기반이 같기에 함께 가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 잔잔한 살아감의 과정을 통하기에 이렇게 오래 함께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그냥 사는 거예요.

요즘은 보편적으로 워라밸, 즉 일상과 일을 분리시키죠. 우리는 일이 일상이고 일상이 일이 되는 지역 생활을 보내고 있어요. 일이라는 게 어떻게 이미지를 떠올리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지죠.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만들고자 하는 또 즐거운 일로서 도전과 욕구가 충만한 마음이 모여 있어요. 그런 마음은 어려움을 없애죠. 그런 힘을 가진 친구들이 모였기에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일과 삶의 균형을 찾으려고 하다보면 일을 일로 대하게 되어요. 돈이 안 된다고 해서, 누군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일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죠. 일과 삶을 일치시키는 것, 일이 삶이 되는 것이 전 오히려 이성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사람이 모이면 갈등이 생기고 다름으로 인한 헤어짐도 맞이하게 되죠. 지역사회와의 관계, 가치의 충돌, 단체로서 흐름과 패턴이 다른 관계 등의 관계에서 오는 문제들이 있었어요. 사람 때문에 힘들었지만 사람 때문에 버텼다는 말처럼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연습하는 과정을 오래 거쳤죠. 그 과정에서는 개인적 주관이 뚜렷하거나, 다른 길을 찾아보겠다며 떠나간 친구들도 있었어요. 그들을 응원하며 연락을 이어가고 있어요.

헤어짐과 만남은 반복되지만 막상 가면 섭섭하고 서운해요. 들락날락이라는 이름처럼 오고가는 것에 큰 무게를 두지 않으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죠. 커뮤니티가 커지고 활발해지며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 등을 잘 다듬어가고자 해요."

  



내일, 새롭고도 새로운 말

 

국제회관은 오픈식을 마치고, 본격적인 장사를 준비 중이다. 지역을 연결하는 상품들과 시장을 위한 활동들, 지역 문화를 매개로 하는 여러 프로젝트들이 준비되어있다. 여름을 맞이해서 루프탑을 잘 꾸미고, 이디엠 축제를 열고, 시장 사람들과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등 올해에는 여러 실험을 해보며 힘을 키워가고자 한다.

비즈니스 거점이기도 하지만 시장활성화나 문화 활동을 돕는 문화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다. 카페 영업을 하고 있지만,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서 금산의 정보 거점으로 운영하기 위해 준비 중이기도 하다.


"인구가 적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그걸 문제로 보는 관점부터 바뀌었으면 해요. 요즘 그런 변화가 시작되고 있죠. 지역은 앞으로 작아지고 그렇기에 세분화될 거예요. 도시보다는 지역에서 훨씬 더 다양성이 보장되고 안전하게 존중받는 곳이 지역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금산이라는 지역에 자리한 공간 국제회관, 그곳에서 활동하는 우리의 커뮤니티가 사람들을 오게 하는 커뮤니티가 되었으면 해요. 충남에서도 변두리에 있는 금산이라는 동네가 있다, 청년들이 이렇게 꾸멀꾸멀 살아가고 있다는 걸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금산을 전혀 모르시는 분들이 글이 아닌 생생한 현장으로서 금산을 겪으셨으면 해요. 이 글을 보고 오신다면 우린 환대하며 맞이할 거예요. 언제든 금산을 찾아주세요."





cafedrnr2015@gmail.com

들락날락협동조합 인스타그램

충남 금산군 금산읍 금산천길 106

 



editor   성욱현 

photograhper  엄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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