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가 잇는 충남] 작은 마을들이 만드는 지속 가능한 지구, 넥스트젠코리아 인터뷰



[이야기가 잇는 충남]

작은 마을들이 만드는 지속 가능한 지구

 넥스트젠코리아 이동근 인터뷰



넥스트젠코리아는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와 삶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든다. 또 해외의 다양한 조직 및 공동체와 연대하기 위한 플랫폼이기도 하다. 국내외 다양한 공동체에서 생활하며 직접 체험하는 투어프로그램을 만들고, 대안적 삶에 갈증이 있는 청년들이 함께 모여 고민을 나누는 숲 속 캠프를 열기도 한다. 이번 봄 넥스트젠의 교육장소로 선택된 지역은 충남 홍성 홍동면의 문당리 마을이었다. 문득 넥스트젠과 교육장소로 선택된 이 마을이 궁금해졌다.

인터뷰가 진행된 곳은 문당리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언덕 위의 평상이었다. 볕이 좋은 봄날이었다. 이는 바람에 꽃잎이 날리고 갓 올라온 나뭇잎의 새순들이 반짝였다. 끊임없이 새가 지저귀고 발밑으로 밟히는 풀과 흙이 포근했던 곳. 넥스트젠과 동근 씨의 빛나는 꿈들을 듣기에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지금, 다음 세대를 위한 일


Q. 넥스트젠이라는 단체명이 흥미로워요. 넥스트 제너레이션의 줄임말인가요?

‘넥스트’라는 단어에 말씀하신 ‘다음 세대를 위한 일’이라는 뜻이 들어있어요. '젠(GEN)'은 Global Eco village Network의 약자예요. 1960년대부터 유럽에서 세계 생태마을 네트워크가 처음 시작되었어요. 그 공동체의 2세대, 3세대들이 이제 청년이 되었고 그들을 중심으로 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의식이 생겼죠. 그런 청년들이 마음을 모아서 넥스트젠이라는 그룹으로 활동하게 된 거예요. 한국에도 물론 공동체 운동이나 생태마을 운동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기존 한국의 운동과는 또 다른 대안적인 삶을 찾고 싶은 한국의 청년들이 해외로 나가 공부도 하고 경험도 하면서 넥스트젠 코리아가 시작되었어요. 2,30대 청년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있고 11년 정도 된 조직입니다.


 

출처 - 넥스트젠코리아 페이스북 



Q. ‘공동체’가 넥스트젠에게 굉장히 중요한 단어라고 느껴져요. 동근 님이 자신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고 확산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금 세상에 많은 어려움과 고통, 문제들이 존재하는데요. 대체로 사람들은 우리가 거기서 분리돼 있고 그것과는 다르다고 하면서 타인과 다른 존재들을 인식하고 있어요. 제가 이야기하는 공동체는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어떤 마을 단위의 공동체만을 뜻하지는 않아요. 주변에 나무들이나 새들. 동물, 구름. 땅, 흙… 모든 존재와 함께하는 삶을 의미해요. 그런데 그걸 머리로만은 이해할 수 없어요. 몸과 마음을 열고 나를 내던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작업은 혼자보다 다른 이들과 같이할 때 더 잘 된다고 생각해요. 함께 힘을 모아보고, 감각을 깨우고, 우리 안에 뒤덮여 숨어있는 많은 것들을 드러내고 기억해내는 작업이죠. 그게 넥스트젠에서 하려는 일들입니다.

 

Q. ‘뒤덮여 숨어있는’ 이라고 표현해주셨는데, 그런 마음을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네.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생명이라면 다 공유하는 감각인 것 같아요.

 

Q. 그 감각에 이름을 붙인다면 뭐라고 불러볼 수 있을까요?

연결감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생태마을 디자인 교육, 연결과 관계를 배워요.


Q. 이번에 홍성 홍동면 문당리 마을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그 연결감을 드러내실 건지 궁금해져요.

이 교육을 EDE라고 불러요. 생태마을 디자인 교육의 약자예요. 이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중요한 비전사업이라 2016년부터 계속해오고 있어요. 이게 해외에서 이수 자격을 받아야만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거든요. 그래서 전 세계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교육을 어느 지역, 어떤 장소에서 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많이 달라져요. 이번 교육을 문당리에서 하기로 선택한 것도 이 지역이 가진 자원들을 연결해보고 싶은 의도가 있었죠. 이 마을은 귀농?귀촌, 유기농과 생태농업으로 잘 알려진 마을이에요. 지속 가능한 농업과 삶의 방식에 관해서 치열하게 고민해온 실천의 현장이고요.

 

Q. 지금까지 EDE는 숲 속에서 진행하셨었죠?

맞아요. 지금까지는 EDE는 더 야생적이고 날것의 환경에서 진행했었어요. 전기나 가스와 같이 우리가 도시에서 당연하게 사용하는 것들이 잘 없는 곳이었었죠. 생태적인 삶, 그러니까 자연을 온전히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도시나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그 감각이 지속되지 못하는 단점도 있었어요. 근데 이런 시설이 갖춰진 마을 안에서는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에도 그런 감각과 실천을 지속해나가는 방법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접근성의 문제도 있었고요. 숲 속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이동과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참여가 어려웠거든요. 이번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마을에서는 접근성이 훨씬 높아지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은 분과 나누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서 이곳을 골랐어요.

 

출처 - 넥스트젠코리아 페이스북



Q. 교육을 기획하시면서 본 문당리 마을은 어떤가요?

답사를 많이 했거든요. 좋은 곳이 정말 많아요. 다양한 장소,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참여자들이 영감을 얻길 바라요. 배울 점이 많은 농장도 적잖았고, 도서관과 생협 매장, 공유공간도 있어요. 한국의 면이나 마을단위에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례인 것 같아요. 도시생활권에서 사는 참여자라면 이번 교육이 더욱 자유로운 삶을 직접 보고 만들어 갈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마을에서도 지원을 많이 받았죠. 한 달이나 진행되는 교육에 공간 대관도 기꺼이 해주셨고요. 우리 같은 청년이 와서 뭔가를 해보겠다고 이야기하니 저희가 지향하는 가치에도 굉장히 많은 공감을 해주시기도 했어요. 이렇게 환대해주시는 마음도 너무 감사하죠.

 

Q. 이번 프로그램의 교육과정이 궁금해요.

4주간 지속 가능한 생태 공동체 커뮤니티를 디자인하기 위해서 어떤 게 필요하고 무엇이 중요한가에 관한 교육을 진행해요. 넥스트젠에서는 4가지를 제안해요. 첫째는 사회적인 관계, 두 번째는 생태. 그러니까 나 너머의 더 큰 생태계 안에서 어떻게 공존하며 살아갈 것인지, 나의 공간들을 어떻게 생태적으로 꾸려갈 것인지를 배우고요. 셋째는 경제입니다. 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착취하지 않는 방식으로 내 살림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배우죠. 그리고 마지막이 세계관이에요. 혹은 문화라고 저희는 말하거든요.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 건지에 관한 영역이에요. 승자 독식의 원칙으로 굴러가는 세상으로 여기를 바라보지 않고 우리는 모두가 연결되어 있으니 공생하는 방식으로 살아남자는 거죠. 이 관점의 차이가 되게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4가지 영역이 잘 디자인 되어야 커뮤니티가 지속 가능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지고 우리는 교육을 진행합니다.


Q. 교육기간인 4주가 지나면 참여자들은 어떤 걸 얻게 되나요?

다양한 소주제에 관한 이론도 배우고 서로 대화도 나누면서 참여자들은 다양한 마음과 감정을 느끼게 돼요. 그렇게 찾아오는 느낌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시간이 있고요. 그 주차의 말에는 배운 내용을 토대로 내가 살고 싶은, 혹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커뮤니티를 디자인하는 시간이 있어요. 4주가 지나면 그간 해온 디자인을 아웃풋으로 만들어내요. 개인적인 삶에 적용하신 분도 있었고 내가 사는 마을에 대입한 사람, 내가 만들어낼 마을을 상상하는 참여자도 있었어요. 예를 들면 나에게 익숙한 가족 공동체를 두고 교육에서 배운 이론을 대입해 한번 생각해보자는 거죠. 그럼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틀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관점으로 가족 공동체를 해석하게 되잖아요. 그때 오는 알아차림과 깨달음이 있어요. 이렇게 넥스트젠에서는 지식전달을 하기보다 사회, 경제, 생태에 있어서 우리 관점을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에 관해 이야기해요. 그 관점 전환에 도움이 되는 도구를 제안한다고 볼 수 있죠.


출처 - 넥스트젠코리아 페이스북

 


Q. 활동하시면서 청년들이 변화하는 모습도 많이 보실 것 같아요.

수치화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설명하기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었다는 피드백들이 들려오죠. 한국 사회의 청년과 청소년들을 보면 위축되고 단절되어 있고 자신이 가진 힘을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청년들이 우리 프로그램에 와서… 뭐랄까요? 스스로에 관해 이해하고 자신의 힘을 발견하고요. 세상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겠다고 다짐하며 활동을 펼쳐나가는 모습을 볼 때가 있어요. 생태적인 가치를 알리는 본인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캠페인과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여기서 배운 걸 토대로 공부를 이어나가기 위해 다양한 공동체에 합류하는 모습을 봐요. 이다음 스텝으로 이어지는 걸 볼 때 보람이 있어요.

 


지구와 더 공존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Q. 넥스트젠뿐만 아니라 동근 님이 걸어오신 발자취도 궁금해지는데요. 무슨 일을 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 경험이 어떻게 지금의 일에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해져요.

사회운동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고 대안학교를 다녔어요. 그런 환경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런 쪽으로 자극이 많이 됐죠. 제가 의식적으로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그저 자연스럽게 이렇게 해오고 살아왔더라고요. 여러 단체에서 일해보고 봉사활동도 많이 다녀봤죠. 그런데 그런 활동들을 하면서 느낀 게 세상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해결 방법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이다음이 없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앞으로의 세상은 어떤 모습이고 그 안에서 나는 어떤 역할과 위치로 살아갈 것인지에 관해서 상상해보고 즐겁게 꿈꿔볼 기회가 별로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이런 비전을 이야기하는 넥스트젠의 움직임이 저한테 와 닿았어요.

 

ⓒ충남사회혁신센터


Q. 요즘은 어떤 고민을 하면서 지내시나요?

제가 지금 36살인데, 10대 때부터 여행도 많이 다니고 해외 생활을 많이 했어요. 한국에서도 이동이 잦았고요. 이제는 정착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한 자리에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그곳의 땅과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시간이 쌓이면서 가능한 것들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제 안에서 확 올라왔어요. 하다못해 마을에서 1년 살면서 사계절을 겪으면서 보는 것도 늘 다르잖아요.

저는 모든 사람이 한 뙈기 땅에서 조금이라도 농사짓고 살면 세상이 훨씬 살기 좋아질 거라고 믿거든요. 그런데 거동이 불편해서 물리적 접근이 어려운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지역아동센터에 가서 생태적으로 텃밭을 일구는 수업을 해도 좋겠고, 여기 홍동에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협업해서 운영하는 농장이 있어요. 그런 사례들도 배우면서 제가 사는 지역에 그런 커뮤니티 농장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Q. 작게라도 농사지으면 세상이 나아질 거라고 믿는다는 건 어떤 뜻인가요?

모든 사람이 자기가 먹을 것, 자기에게 필요한 걸 자기 힘으로 얻을 수 있는 능력을 조금씩 갖춘다면 어떨까요? 뭐든 대규모로 생산해서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것들이 줄어들 거예요. 또 그렇게 살다 보면 공동체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죠. 돈으로 해결하지 않고 직접 하다 보면 주변 사람과 관계 맺고 배우고 또 알려줘야만 하니까요. 그런 식으로 조금씩 규모를 줄여가고 자급하는 삶이 늘어나면 지금보다 훨씬 재미있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Q. 동근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작은 마을들이 여기저기 곳곳에 많이 생겨나면 좋겠어요. 어떤 사람이 듣기에는, 지금도 마을이 있고 동네가 행정 단위로 나뉘어 있는데 무슨 소리 하는 거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도시의 해체라고 해야 할까요? 도시는 편리하지만, 나쁜 점도 많잖아요.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있기도 하고. 중앙집권적 시스템의 폐해 때문에 도시를 위해 지역, 시골이 희생하거나 헌신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Q. 그렇다면 동근 님이 꿈꾸는 그 마을들은 어떤 마을이에요?

삶의 단위를 자급하는 마을이죠. 지금의 마을들은 자급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물론 홍동면 같은 경우는 먹거리는 생협에, 의료는 의료협동조합이 책임지고요. 문화는 도서관이나 공유 부엌, 만화방도 있어서 삶의 단위가 해결되는 곳이 많더라고요. 이런 마을이 많이 늘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한 100명에서 150명 정도의 공동체라면 우리가 먹고 쓰고 하는 많은 것들이 해결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조금 불편해지긴 하겠지만, 어떻게 하면 지구와 더 공존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거예요.



 

ⓒ충남사회혁신센터


동근 씨는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참 많은 사랑과 돌봄을 받은 것 같다면서 그걸 이제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세상에 어떻게 숲 속 헌신할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한다면서. 넥스트젠과 동근 씨의 비전을 듣다 보니 가만히 앉아 생각만 하고 있기에는 시급한 때인 것 같았다. 지금 당장 공존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조금씩이라도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동근 씨가 계속 강조한 건 바로 재미였다. 넥스트젠이 그리는 세상의 모습은 즐겁고 찬연하다. 우리 모두 이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가치와 관점에 한발 더 다가가 동참하는 건 어떨까?



editor   김진리

photographer  엄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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