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가 잇는 충남] 충남에서 농부로 산다는 것은


[이야기가 잇는 충남]

충남에서 농부로 산다는 것은

 오와린 농장  |  도토마토 농장  |  콩을 심는 사람들  |  꽃양꽃색



충청남도의 농부들을 만나고 알았다. 농부는 단순히 작물을 기르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오늘, 이 땅 위의 사람을 움직이게 할 동력원의 대부분은 농부의 손에서 나고 자란다. 그래서 농부들은 농작물과 연관된 모든 것을 고민한다. 작물들이 뿌리를 내릴 흙, 작물들이 살아갈 환경, 작물들을 먹을 사람들의 건강, 작물을 기르는 농부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보듬는다. 과연 농부는 작물만을 기르는 사람이 아니다. 더 나은 삶을, 더 나은 미래를 일구는 사람들이다.


 




세상을 낫게 할 수 있다는 믿음
 오와린 농장  |  이재영 (충남살이 23년 차)


농사를 짓게 된 계기?

자연이 파괴되고 생태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생명을 살리는 농사’를 짓기로 결심했다. 충남살이 23년 차, 농업은 올해 4년 차로 홍성군 홍동마을에서 활동 중이다. 농장에서는 미니 당근과 래디쉬, 비트, 포기상추, 루꼴라, 허브, 주키니, 그린빈스, 계절채소 등을 기르는 중이다. 농사 외에는 농업교육공동체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건강한 흙이 건강한 채소의 바탕이 되는 것처럼, 행복한 농부가 또 다른 농부를 기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더 나아가 그들이 지구를 돌보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건강한 흙을 위해 흙의 회복과 보존 방법을 연구한다. 또 행복한 농부를 위해 어렵고, 힘들고, 돈이 안 되는 농업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 중이다.

 

우리 농장만의 자랑거리는?

농사의 기본인 ‘흙’이다. 우리 농장에는 건강한 흙이 있다. 지렁이가 살고, 흰색 균사가 뻗는 등 자연의 활력이 보이는 그런 흙이다. 흙을 살리고 회복시키는 일은 농사일의 시작인 동시에 끝이라고 보는데, 우리는 그것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농부로 산다는 것의 즐거움과 고충은?

육체적으로 힘든 것 가장 큰 고충이다. 처음 농사일을 배울 땐, 아침에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날이 많을 정도였다. 그러나 자연에 둘러싸여 일 하다보면, 그런 힘듦을 잊을 정도로 기쁘고 행복하다. 지지배배 지저귀는 산새 소리를 듣는 것, 나뭇잎을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을 맞는 것, 채소의 빛과 생김새를 두 눈에 담는 것은 그 자체로 즐겁다.

 

나에게 ‘충청남도’와 ‘농사’란?

충남보다는, 내가 사는 마을이 어떤 의미인가를 더 생각하며 지냈던 것 같다. 그래서 충남은 ’나의 터전이 있는 곳’ 정도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농사는 ‘나를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포부는?

생산과 판매에 더 파고들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농장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려 한다. ‘농사로 농업을 일구고, 농업이 농부를 기루고, 농부가 농촌을 가꾸고, 농촌에서 세상의 일부를 바라볼 수 있는’ 오와린 농장을 만들고 싶다.





땅으로부터 선물받은 유연하고 정직한 삶
 도토마토 농장  |  김성희 (충남살이 27년 차)


농사를 짓게 된 계기?

2017년쯤 남편이 퇴사와 이직을 고민할 때, ‘나의 일’을 해보고 싶어 남편을 설득해 고향인 충남 예산에서 농사를 짓게 됐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셔서 농사일의 고단함과 자연재해의 무서움을 알았지만, 어렸을 적 즐거웠던 기억에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었던 것 같다.지금은 약 8년째 농부로 살아가며 허브, 와일드 루꼴라, 토마토를 키우는 중이다. 시설 하우스 이외 논에서 백태도 재배한다. 우리 농장 작물은 모두 무농약 작물이다. 4살쯤 딸아이가 농장에서 토마토를 아무렇지 않게 따먹는 모습을 보곤, 친환경 농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이후 무농약 인증을 받아 5년째 농사를 짓는 중이다.

 

우리 농장만의 자랑거리는?

가장 큰 자랑거리는 ‘좋은 이웃’이 아닐까. 바쁜 와중에도 기꺼이 손을 보태주고, 성실히 키워낸 우리 작물의 가치를 알아주는 분들이다. 그분들 덕에 외로움도 덜 수 있고, 더 건강한 먹거리를 키우고자 하는 의지도 키울 수 있다. 귀농 후,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고 살아가며, 그 이전에는 억지로 만든 사회적 관계에 에너지를 많이 소모했음을 알게 되었다.

두 번째 자랑거리는 ‘정직함’이다. 농산물은 곧 우리를 나타낸다. 대추방울토마토로 예를 들어볼까. 열매 각각 모두 맛이 다를 테지만,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익지도 않은 것을 수확하기보다, 충분히 익어 본연의 맛이 느껴지는 것들을 고객들에게 보내고 싶었다. 이렇듯 떳떳한 농산물을 선보일 수 있기 위해, 인위적으로 단맛을 주입하거나 색을 입히지 않고,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며 정직하게 농사를 짓고 있다.

 

농부로서의 즐거움과 고충은?

가장 큰 즐거움은 ‘사계절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안에 나름의 고충도 있다. 여름에는 하우스 온도가 38도로 올라 더위와 싸우며 일하고, 겨울엔 입김이 새 나올 정도의 추위와 싸우며 일한다. 그래도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식물들을 알게 되고, 더위에 마시는 물 한 모금의 청량함을 느끼고, 노랗게 익는 들판과 눈꽃이 피어난 나무들을 보며, 매해 알차게 살아가고 있음을 깨우친다.

 

나에게 충청남도와 농사란?

충청남도는 나에게 ‘둥지’다. 언제든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 나에게 돌아가 쉴 곳이 있다는 안도감에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는 것처럼, 충청남도는 나에게 그런 존재다.

‘농사’는 ‘넉넉하게 잘 맞는 옷’이다. 크게 움직여도 불편하지 않은 옷처럼, 농사를 짓는 것은 숨이 쉬어지는 일이다. 농사를 시작하며, 나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때로는 가족들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지내는 일상이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게 목표가 있다면?

농장에 원격 제어 관주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공부 중이다. 남편이 원격 제어 개폐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보고 신기하기도 하고, 사용을 해보니 편리했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농장에 원격 제어가 가능한 관주 시스템을 갖는 것을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농사, 우리가 함께라서 할 수 있는 일
콩을 심는 사람들  |  신채봉 (충남살이 23년 차)


농사를 짓게 된 계기는?

23년 전, 농부와 결혼하면서 농사를 시작했다. 나는 도시에서 나고 자라 농사일에 무지했다. 인간은 자연을 정복하고, 농업혁명을 통해 진보했으며, 식량부족을 해결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농사를 짓는 행위가 땅속의 탄소를 끌어내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원인이고, 화학농약과 비료가 토양을 오염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며 무너졌다. 이 땅에 해를 덜 끼치기 위해 여러 고민 끝에 유기농 벼농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 농장의 자랑거리는?

우리 농장의 자랑거리라기보다 우리 마을의 자랑거리가 있다. 첫 벼농사를 작은 논에서 시도했으나 논농사의 구조상 혼자 노동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기에 마을 이웃들이 유기농 벼농사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설득했다. 그 덕에 지금은 우리 마을이 서산에서 가장 넓은 유기농 벼 단지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농사뿐만 아니라 ‘친환경학교급식운동’도 진행했다. 안정된 판매처를 확보하기 위해 시도한 것이었다. 아무리 좋은 철학으로 좋은 상품을 생산해도, 팔리지 않는다면 농사를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우리 마을이 이렇게 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웃들과 함께해서 잘 해낼 수 있었다. 비교적 젊은 농가인 우리는 농기계를 보유하고 있고, 서류를 작성할 수 있으며, 관공서와 연결하는 일을 잘할 수 있었다. 오래된 농가의 어르신들은 경험과 지혜를 갖고 계시고, 손을 사용해야 하는 섬세한 일들을 잘하셨다. 우리는 협동할 수밖에 없었기에, 더 똘똘 뭉쳤다.

‘함께 하는 힘’으로 우리 마을은 마을만들기 사업’에도 도전했고 매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벼농사 수업과 각종 체험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우리가 일궈낸 것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이다.

 

농부로서의 즐거움과 고충은?

즐거움이라면 '내 한 끼를 자급자족한다는 것'이다. 내가 먹는 것의 시작과 재배 과정을 알게 되는 것은 매번 새롭고 놀랍다. 농부로서의 삶은 만족스럽다. 아이들도 자연 속에서 맘껏 뛰놀게 할 수 있고 출퇴근하느라 길에서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된다. 월요병에 시달리지 않고, 퇴근 시간을 기다리지도 않아도 되고,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농부가 되면 사계절을 온전히 느끼며 자연이 주는 야생의 먹을거리를 얻고 김치나 된장을 담그는 일도 잘하게 된다. 아주 사소하고 소박하고 느린 것들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된다. 자본주의로부터 해방되어 아이들에게 학벌, 직업, 자산과 상관없이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해줄 수 있다.

고충이라면 기후가 변화함에 따라 농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후가 계속해서 바뀌니, 과거 전통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짓기에는 변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또 빈 인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체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한계가 있을 테다.

이와 관련해 최근 고민하는 것이 있다. ‘왜 농민들은 지역에 일할 사람이 없다고 걱정하고, 청년들은 지역에 살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다고 하는가?’다. 청년이 말하는 ‘일’과 농민이 말하는 ‘일’이 무엇이 다른 것인지, 그 간극을 좁힐 수는 있는 것인지 등을 고민하며 나와 우리 마을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는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사람들은 매력적인 ‘이야기’에 집중한다. 그리고 우리 마을에는 그러한 이야기가 넘친다. 연대, 가족농, 여성, 농촌, 휴양, 치유, 전통 등…. 이런 것들을 잘 버무려 지역 소멸, 기후 위기 문제의 대안을 만들고 싶다. 하루 3끼, 일 년에 1,000끼를 넘게 먹어야 하는 인간의 먹을거리, 그것의 생산과 소비 방식을 다른 시각으로 고민해 보려 한다. 기존의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때 혁신이 탄생하곤 했으니, 나와 우리의 고민으로 환경과 산업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옥수수 밭에서 피어난 보람
콩을 심는 사람들  |  정금덕 (충남살이 12년 차)


농사를 짓게 된 계기는?

약 12년 전에, 남편이 직장을 옮기게 되어 서산시 음안면 부산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전에는 계속 서울에서만 살았고, 농사를 지어본 적도 없다. 낯선 생활에 우울했던 힘든 시기가 찾아와 이를 이겨내 보고자 농사를 짓게 됐다. 작은 밭에 콩, 옥수수, 마늘, 양파 골고루 심고 있다. 그중에서도 옥수수가 인기가 좋아 좀 더 많이 키우고 있다.

 

우리 농장만의 자랑거리는?

친환경이라는 점이다. 종종 고라니가 와서 작물을 먹는데 옥수수는 잘 먹지 않아서, 옥수수를 더 많이 키워보았다. 그렇게 기르다 보니 주변에 나누어 주고, 그러고도 남은 것들을, 지인을 통해 판매한 적도 있는데 평이 매우 좋다. 옥수수가 달고, 쫀득하고, 맛있다고. 아무래도 건강하게, 정성을 다해서 약을 치지 않고 키워서 그런 것 아닐까?

 

농부로서의 즐거움과 고충은?

고충은 명확하다. 몸이 힘들다는 것. 벌레들이 먹지 않도록 매일 손도 써야 하고, 풀도 메 줘야 하고 쉴 틈이 없다. 그렇지만 농사를 통해 얻는 즐거움이 이 모든 것들을 무마한다. 농사는 즐거움 그 자체다. 흙을 만질 수 있다는 것, 내가 식물에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 때론 식물이 자라며 나와 교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등. 또 내 손주와 가족들의 먹거리를 내가 책임진다는 것, 지인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는 기쁨을 마주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좋다.

 

나에게 농사란?

나에게 농사란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행위다.

 

포부가 있다면?

우리집 밭은 작다. 그래서 트랙터 같은 것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왕 목표가 있다면, 더 큰 땅에서 트랙터 몰며 마음껏 농사 지어보고 싶다. 내일 모래 60이 되는데, 활기차게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





오래된 미래, 농업
 꽃양꽃색  |  김에스더 (충남살이 3년 차)


농사를 짓게 된 계기?

회사에 다니던 중 꽃양꽃색의 멤버인 문소영과 ‘미래가치가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했다. 의식주의 기반은 농업이기에, 농업이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산업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1차 농업 생산물에 멤버 각자의 전공 지식을 접목해 신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렇게 나(김에스더)는 문소영, 박미아와 함께 당진에서 화훼농사를 짓게 되었다. 올해로 벌써 3년 차다.

우리는 주로 절화류(잘라 쓰는 꽃)를 재배한다. 거베라, 해바라기, 카라, 프리지아, 리시안셔스, 튤립 등 꽃 약 20종을 키우고 있다. 현재는 새로운 절화 재배 전용 기술을 개발 중이다. 시설투자비 대비 현실적인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스마트팜 기술도 개발 중이다. 절화를 친환경적으로 재배하여 국제 화훼 친환경 인증(MPS-ABC)을 취득하고자 한다. 우리 사업과 기술을 통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마음껏 꽃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우리 농장의 자랑거리?

우선 우리 농장은 전 품목을 친환경적으로 재배하고 있다. 화학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꽃의 향이 짙고 수명이 길다. 또한 팀 워크가 좋다. 현재 각자 맡은 업무를 기반으로 팀을 구성하여 사업을 운영 중인데, 팀워크가 좋은 덕에 각 멤버의 능력과 성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1차 생산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새롭게 도전하고 있다는 점도 자랑거리다.

 

농부로 산다는 것의 즐거움과 고충은?

농부로 산다는 것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농부가 되면 도시에서 일부러 찾아다녀야 했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밤에 보이는 별, 가끔 보이는 고라니, 족제비, 너구리와 같은 동물 등…. 일상에서 이런 순간들을 마주하는 것이 농부로서의 즐거움이다.

고충이 있다면 ‘농업 또한 사업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 어렵다’라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우리 사업을 설명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농업=농장 운영’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그때마다 상대에게 우리가 ‘농업 기반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기가 어렵다. 더불어 아직 농업계에 보수적인 면이 있어, 지원을 받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고 좋지 않은 시선이 올 때도 있다. 새로운 도전을 조금만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 사업체를 농업 기반의 기업으로 발전시켜, 더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다. 분야는 생산, 판매, 교육, 제조, 개발 등 무궁무진하다.

충남에서 사업을 진행하며 매일 매일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헤쳐 나갈 방법을 고민했던 것 같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충남에서 미래를 계획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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